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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경험담

함께 즐겨요 피자헛?

by 썰푸는남자 2021. 6. 26.

방년 20살. 종말설이 향해 다가오는 90년대말..

밀레니엄 버그로 전세계의 컴퓨터가 마비가 된다느니 ..

만나보지도 못한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종말이 온다느니...

 

난 결심 했다.

 

죽을때 죽더라도 피자와 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주방보조 구한다길래 냉큼 지원한 아르바이트.

20년전이니 분명 시급은 낮았을거고.. 

 

그때 당시 우리동네에 생기는 매장은 홀은 없고 신규매장이라 

다른데서 교육을 받고 왔다. 무슨 페리카나 모자 같은걸 쓰고 일했던 거 같다.

뭐 대략 이런 종류의 모자였던..

주방 보조로 일하는데. 그 선배 한명이 군대를 갓 제대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본의 아니게 말이 거칠어 일 자체에 스트레스 받기보다. 그 사람과 일 할때 좀 힘들어서 고만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짧은 2달 동안 일하면서. 

광고에서 떠들던 

 

함께 즐겨요! 피자헛!!!!!!!!!!

이것의 진리를 알아 버렸다..

 

돈을 내야 돈을 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거고 

그렇지 않은 나는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피자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했다.(큰 깨달음)

 

그래도 도우를 반죽하고, 발효를 시키고, 토핑을 뿌리고. 엄지손가락으로 크러스트 모양 만들고.

오더 계속 뜨는데 혼자서 피자 만드는거 멘탈 나가고. 

엉망진창 이었지만.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피자랑 친했던 사람들이 몇 없었다.....

 

굳이, 연관을 짓자면.. 이때의 피자가 연이 되어 나를 이탈리아와 맺어줬던 건 아니었는지..(?)

그래도 김치보다 피자가 좋은 건 나이가 먹어도 어쩔 수 없나 부다.